
지난주에 발산 쪽으로 일정이 하나 잡혔다. 장소는 <갈비생각>이라는 고깃집. 마곡에 위치한 인바이츠생태계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알고 보니 작년에도 한 번 갔던 곳이었다. 작년 송년회 때 스피커 2대로 진행했었는데, 담당자분이 "저희가 작년에 해보니까 소리가 좀 약하더라고요. 올해는 스피커 한 대 더 가져와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주셨다. 이런 디테일한 요청, 나는 너무 좋다. 뭐가 문제였는지 정확히 알고 개선하려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일이 훨씬 수월하니까.
주소를 받아서 확인해보니 1층이라고 적혀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장비 나르는 게 얼마나 편할까! 근데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까 웃긴 게, 분명 1층인데 입구까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이게 대체 무슨... 한국 상가 건물들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이거다. 1층이라면서 왜 계단이 있는 거냐고요 ㅠㅠ 무거운 앰프랑 스피커 들고 계단 오르는 내 등짝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전형적인 한국식 고깃집 분위기가 펼쳐졌다. 와... 이거 완전 고깃집이네. 그런데 좀 당황스러웠던 건 여기 룸이 진짜 엄청나게 많다는 거였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공간이 나뉘어져 있고, 제대로 트인 곳이 하나도 없는 거다. 음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진짜 난감한 구조다. 소리가 직진성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직선 공간이 필요한데, 여긴 완전 미로처럼 칸칸이 막혀있으니까. 특히 무선마이크는 이런 데서 쓰기 정말 까다롭다. 벽이 많으면 신호 간섭도 심해지고. 그래서 결정했다. 각 스피커마다 따로따로 모노로 볼륨 조절할 수 있게 세팅하자. 이렇게 하면 각 공간별로 음량을 독립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
장비 세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진행 맡으신 분이 오셨다. 간단히 인사 나누고 진행 순서 이야기를 듣는데, 이게 웬걸. 시상식에 추첨 이벤트도 있다는데 음악 관련해서는 사전에 아무 얘기도 안 나온 거다. "혹시 음악은 어떤 걸 준비하셨어요?" 물어보니까 그때서야 "아... 그것도 필요하죠?" 하시는 거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뭐 어때, 나 이거 몇 년째 하는 사람인데 ㅋㅋㅋ 시상식 분위기 음악쯤이야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선곡해서 틀어줄 수 있다.
드디어 행사가 시작됐고 사람들이 속속 입장했다. 회사 송년회 분위기를 보는 게 참 오랜만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이런 행사들이 줄었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더라. 다들 한 해 마무리하면서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웃음소리, 박수 소리, 건배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문제는 나다. 나는 행사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쭉 서 있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 음향 체크하고, 마이크 음량 수시로 조절하고, 음악 큐 맞춰서 재생하고, 혹시나 문제 생기면 즉각 대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근데 뭐 이게 내 일이고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어쩌겠어. 참아야지. 다행히 진행자분이 진짜 좋으신 분이셨다. 중간중간 "많이 힘드시죠? 잠깐 앉아 계셔도 돼요" 하시면서 신경 써주시고, 나중에는 행사 기념품까지 하나 따로 챙겨주셨다.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가 힘든 일을 할 때 정말 큰 힘이 된다.
그런데 숯불 고깃집이라 그런지 연기가 장난 아니었다. 진짜 어마무시하게 자욱했다. 행사 내내 생각이 들더라. '저 연기가 내 장비에 다 스며들겠네... 나중에 냄새 빼는 데 한참 걸리겠는걸?' ㅋㅋㅋㅋ 게다가 돼지고기 구울 때 기름이 튀는 것도 보이고. 아유 내 소중한 스피커와 믹서야... ㅋㅋㅋㅋㅋ 근데 또 한편으로는 막상 눈앞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보니까 침이 고이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
늘 느끼는 거지만 행사 끝나고 사람들 빠져나가는 속도는 진짜 빛의 속도다. 아까까지만 해도 꽉 차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텅텅 비었다. 정확히 재보니 15분도 안 걸렸다 ㅋㅋㅋ 다들 어디 급한 데라도 있으신가. 그럼 이제 내 차례다. 후다닥 장비 정리해서 차로 옮겨야 한다. 이게 또 보통 일이 아니다. 몸은 피곤한데 장비는 빨리 정리해야 하고. 그나마 이번엔 1층이라서 (계단만 빼면) 옮기는 게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엘리베이터 타는 시간 없이 바로바로 옮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달까.
차에 짐 다 싣고 귀가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송년회 일은 체력적으로 분명 빡세다. 무거운 거 들고 나르고, 몇 시간씩 서 있어야 하고, 연기에 기름 냄새까지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고. 그래도 이상하게 재미있다. 큰 행사는 매뉴얼대로 딱딱하게 진행되는데, 이런 작은 송년회는 현장 분위기 보면서 즉흥적으로 대응할 수 있잖아. 시상식 음악도 내 취향껏 골라서 틀 수 있고. 이런 소소함이 좋은 것 같다.
연말이라 아직도 송년회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시상식이든, 회사 파티든, 연말 행사든 음향이 필요하신 곳 있으시면 언제든 수일미디어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까다로운 구조의 장소도 문제없이 해결해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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