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당일은 항상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마 군대 때 몸에 밴 습관인 것 같은데... ㅠㅜ
차 타고 이동할 때 가장 짜증 나는 건? 바로 '교통 체증'이다. 자율주행차 나오면 무조건 산다.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어! 음! 음!
오늘도 새벽 어둠 속에서 출발했다. 매일 아침의 루틴, 집 앞 GS25에서 테이크아웃하는 따뜻한 커피. 음~ 스멜~ 조쿠나~
오늘 목적지는 의왕. 네비를 찍어보니 인덕원역 부근이다. 어? 여기 내가 신혼 시절을 보냈던 동네잖아? 작고 좁았던 그 집에서 새 출발을 했었지. 이사 가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오는 것 같다. 우와~ 진짜 많이 변했네.
인덕원역에서 차로 약 5분. 오늘의 행사장 도착.



'오~ 이런 곳에 이런 장소가 숨어 있었구나~ ㅋㅋㅋ'
야외 웨딩이 열릴 한정식당에 '도착 완료'. 예상대로 나는 오늘도 1등이다. 가게 문은 아직 닫혀있고, 웨딩 디렉팅 업체 직원들도 아직 도착 안 했다.
음….. 음….. 추워……..
일단 주변부터 둘러본다. 언제나 하는 루틴.
닫힌 한정식당 문을 밖에서 (의심하지 마세요, 도둑 아닙니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ㅋㅋㅋ 아무도 없으니 혼자 셀카 타임도 가져본다.
야외 웨딩 장소를 먼저 체크하러 걸어갔다.
오솔길이 있고, 바위들도 있고…… 그리고 계단도 있네….응?
컥…. 뭐야? 계단 있다는 말 못 들었는데?



야외 웨딩은 솔직히 비만 안 오면 감사하다. 흙바닥은 뭐 어쩔 수 없지. 항상 그걸 감안하고 장비 설치하고 옮긴다.
문제는 웨딩 장소까지 접근이었다. 오솔길 폭이 겨우 차 한 대 지나갈 정도. 왔다 갔다 몇 번 시뮬레이션 해본다.
"지금 아무도 없을 때 차로 쭉 들어가서 장비만 내려놓을까?!"
근데 관계자들한테 혼날 것 같은데….
혼자 주차장에서 고민 중이었는데, 갑자기 SUV 한 대가 들어오더니 망설임 없이 후진으로 오솔길 안쪽으로 쑥 들어가는 거다.
응? 저건 뭐지?
급하게 뛰어가서 운전자가 내릴 때 물어봤다.
'사장님! 혹시 여기가 오늘 웨딩 장소 맞나요?' "네~ 원래 여기서 많이 해요" '아~ 그럼 여기까지 차 들어가도 괜찮은 거예요?' "네 다들 여기까지 들어와요."
오케이~ 굿~
'그런데 사장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아 네~ 꽃 장식 자재 배달 왔어요. 바로 갈게요 ^^" '아~ 네 감사합니다.'
꽃 배달하시는 분은 정말 5분 만에 쏜살같이 가셨고, 나도 바로 후진으로 웨딩 장소 입구까지 차를 몰고 들어갔다.
장비를 차에서 내린다.
근데… 계단이네…. 아오…. 이거 뭐야????
계단 있으면 같은 작업을 두 번 해야 한다. 완전 똑같은 걸…. 당연히 힘들지. 당연히 짜증 나고.
일단 짐만 먼저 다 내리고 차는 다시 주차장으로 이동시킨다.



세팅할 장소로 장비들을 나르고 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 5~6명이 검은색 옷을 입고 와서는 시끌벅적하게 스피커 옮기고 의자 나르고 하는 거다.
옷에 보니 '오딩?' '오뎅?' 뭐더라??? 아, 신랑님이 얘기했던 그 디렉팅 업체구나.
결혼식 현장 정말 많이 다녀봤는데…. 디렉팅 업체가 이렇게 덩치 좋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건 처음이다. 누가 봐도 용역... 아니 ㅋㅋㅋㅋ (농담입니다)
결혼식 전체 PA는 저 업체가 담당한다고 신랑님한테 들었다. 나는 밴드 축가 세팅만 맡았다.
업체 쪽에서도 스피커, 앰프, 케이블 등등 나름대로 오밀조밀 아마추어스럽게 하나씩 챙겨왔고, 알아서 연결하고 세팅하고 테스트하고 노트북까지 켜서 바로 음악 재생한다. 진짜 30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ㅋㅋㅋ
나는 이제 위치 잡았는데…. 에휴~…



오늘 밴드 구성은 여성 보컬 2명, 키보드 1명, 어쿠스틱 기타 1명, 베이스 기타 1명, 카혼 1명. 각자 악기만 가져오고, 나머지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D.I BOX부터 각종 케이블, 마이킹까지 전부.
오늘 핵심은 드럼 대신 사용하는 카혼이라는 악기다. 뒤쪽에 사운드홀이 있는 특이한 타악기지. 마이킹은 2채널로 준비했고, 나머지는 D.I.BOX로 하나씩 세팅 시작.
노래 부르는 일정이니까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한데, <수일미디어>는 현재 별도 모니터 스피커가 없어서 보유하고 있던 스피커의 Location 모드를 Monitor로 바꿔서 대체했다.
디렉팅 업체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해서 케이블 정리도 제대로 못 하고 정신없었다. 물론 저분들이 오늘의 메인이긴 한데, 그래도 세팅하고 준비할 때는 좀 조용해야 하는데 말이지. 오늘의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ㅠㅜ
축가 위치가 웨딩 장소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전체 PA 구조가 자연스럽게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소리가 전달되는 형태로 구성됐다.



본식 시작이 12시라고 들었는데….. 벌써 10시 30분 넘었는데 연주자들이 안 보인다.
11시쯤 되어서야 키보드 끌고 오는 젊은 팀이 보였다. '아, 이분들이구나?'
각자 세팅 위치 안내했고, 계속 연주해온 분들이라 그런지 바로 알아듣고 척척 세팅한다. 사운드 체크도 한 명씩 내 눈빛 신호 받으며 깔끔하게 진행.
오~ 확실히 프로들이네~
여성 보컬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 후렴 부분만 한 번 맞춰보고는 서로 눈빛으로 피드백 주고받더니 리허설 끝.
멋있네~
사실 웨딩 메인 PA가 아니라서 예식 시작 시간이 다가와도 긴장감은 별로 없었다.
주파수 드롭이나 소리 이상 같은 문제들은 메인 PA 담당할 때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부담이 없어서 여유로웠다. ㅎㅎㅎ
평소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장비와 방식들이 있었거든. 그래서 밴드 분들 협조받아서 이것저것 실험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가을이 천천히 저물어가고 있다.
웨딩 진행하는 동안 장비 위로 어느새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히 묻히겠는데? ㅋㅋㅋㅋ"



하객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왔다. 발 디딜 곳도 없을 정도로….
오~ 계속 스몰 웨딩만 하다가 이렇게 큰 야외 웨딩 보니까 적응이 안 되네…. ㅎㅎㅎ
나보다는 축가 부를 이 젊은 밴드 멤버들이 훨씬 더 떨렸을 거다.
그래도 꾸준히 호흡 맞춰온 팀이라 그런지 모두 정말 멋진 연주와 노래를 편안하게 소화했다. 진짜 나는 숟가락만 얹은 느낌. 내 허리만 혹사당했지……..뚜시~!
늘 그렇듯 포토타임 끝나고 모두 식사하러 가는 순간이 바로 전쟁의 시작이다.
장비를 최대한 빨리 철수해야 한다.
웨딩 디렉팅 업체보다 내가 먼저 주차하고 짐 싣고 나가야 일찍 집에 갈 수 있다.
이번에도 신기록 수준으로 빠르게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숨 가쁘고 허리는 부러질 것 같다.
항상 비슷한 기분.
원래 나 이렇게 급하게 일하는 스타일 아닌데….. 상황이 늘 이렇게 만드는 게 불만이다.
다행히 모든 짐 테트리스 완료하고 고객님께 문자 한 통 남긴 후 여유롭게 빠져나온다.
손가락이 얼얼하다.
이 얼얼함은 대략 2~3일 정도 지속된다.

40대 나이로 이 일을 평생 할 순 없다.
정말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긴 한데….
20년 후에도 똑같이 이렇게 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새로운 돌파구와 다른 방법을 찾아서 <수일미디어>를 더 크게 성장시켜야지.
이번 의왕 일정은 밴드 세팅도 하고 오랜만에 인덕원역 동네도 다시 와봐서 너무 의미 깊고 감회가 새로운 시간이었다.
비슷한 일정 또 잡혀도 재미있게 다녀오겠지만, 며칠은 좀 쉬고 가야겠다. ㅋㅋㅋㅋ
다음 주에도 또 의왕 일정이 있는데…..
어디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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